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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이야기/대만 타이베이

[대만] 타이베이역 근처 길거리 음식 추천 - 총여우빙(蔥油餅) / 카리도넛

by 홍다니 2023. 6. 29.

길거리 음식을 사먹는 건 대만 여행의 묘미 중 하나다. 우연히 숙소 근처에서 현지인이 줄서서 먹는 길거리 음식을 발견했고 현지인을 따라 줄서서 먹은 음식이 여행에 커다란 기쁨이 되었다.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은 기분이랄까? 알고 보니 카리도넛은 한국인에게도 많이 알려진 맛집인데 우연히 발견하니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 총여우빙(蔥油餅)

우리가 묵었던 숙소인 미앤더 1948 호스텔 바로 맞은편에 있고 초밥집 삼다옥 바로 앞에 있다. 길게 줄이 늘어서 있어서 어렵지 이쪽 근처에 오면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줄서있는 사람들 중 대부분이 현지인인 걸 보고 꼭 맛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길게 늘어선 줄

구글 지도에 나오는 이름은 아주 긴데 막상 노상 가게에는 '蔥油餅(총여우빙)' 세 글자가 적혀있다. 蔥은 '파', 油는 '기름', 餅은 '전병'으로 '파를 넣어 기름에 지진 전병'으로 이해하면 된다. 
 

총여우빙 만드는 과정

한 분은 계산과 포장, 한 분은 반죽 준비, 한 분은 조리하는 것으로 분업이 확실히 이루어져 줄이 길어도 금방 줄어들었다. 하나를 만드는 데 주먹보다 큰 반죽이 들어간다. 하루동안 장사하려면 준비해야 하는 반죽 양이 어마어마할 것 같다.
 

메뉴판

메뉴판은 엄청 간단하다. 맨 왼쪽에 '계란 추가 시 미리 말씀해주세요'라고 적혀있고, 기본은 40대만달러이고 계란을 추가하면 55대만달러다. 계란을 추가하려면 "要加蛋(야오 지아단)", 추가 안 할 거면 "不加蛋(부지아단)"이라고 말하면 된다. 그리고 고추장을 넣어주느냐고 "要辣椒嗎(야오 라지아오마)?"라고 물어보는데 매콤한 걸 좋아한다면 '要(야오)'라고 답하여 추가하고 추가하고 싶지 않으면 "不要(부야오)"라고 말하면 된다.
나는 계란과 고추장을 추가해서 먹었고 엄청 만족했다. 겉이 바삭바삭하게 잘 튀겨졌고 기름이 많지만 고추장이 있어서 느끼한 맛을 잡아준다. 아빠도 잘 드셨고 향에 약한 엄마도 맛있게 드셨다. 아주 뜨거우니 조심해야 하고 계란까지 들어서 출출할 때 먹으니 꿀맛이었다. 대만의 대중적인 길거리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이곳의 총여우빙 추천이다!


- 카리도넛

카리도넛은 앞서 소개한 총여우빙 집과 아주 가깝다. 초밥집인 삼다옥 바로 오른쪽에 붙어있는데 삼다옥도 웨이팅이 긴 집이라 줄을 잘 보고 서야 한다.  이곳 근처에 핫한 맛집이 참 많은 것 같다. 타이베이에 사는 대만 친구도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줄이 별로 없으면 꼭 사먹고 갈 만큼 현지인에게 인기있는 맛집이다.
 

카리도넛 매장

카리도넛도 도넛이 나오는 속도와 포장 속도가 빨라서 줄이 금방 줄어들어서 기다릴 만한다. 앞 사람이 계산을 끝낼 때 쯤 "後面的小姐,要幾個(허우멘더샤오제, 야오지거)?“라고 외치는데 '뒤쪽 여성분, 몇 개 하세요?'라는 뜻이다. 이때 원하는 갯수를 말하고 계산하면 바로 따끈한 도넛을 손에 쥐어주신다.
 

갓 나온 카리도넛

이날 점심을 너무 거하게 먹은 탓에 부모님과 맛만 보려고 딱 하나만 구매했다. 숙소에 돌아가서 부모님께 맛보여드렸더니 다들 반응이 똑같다. "...?" 2초 정적이 흐르다가 "맛있네!". 나 역시도 똑같은 반응이었다. "오잉...? 이게 맛있는 건가?" 하고 당황스러웠는데 보통 도넛에서 느껴지는 달달한 맛이 아니어서 익숙치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 생각보다 밍밍해서 맛있는 건지 만 건지 잠시 판단한 시간이 필요했는데 씹으면 씹을 수록 고소한 우유 향이 은은하게 올라와서 정말 맛있었고 뜨끈할 때 먹어서 더 맛있게 느껴졌다. 달지 않아서 하나를 다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대만 친구도 식어버리면 맛이 덜하기 때문에 꼭 따뜻할 때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수이 카스테라도 그렇고 카리도넛도 그렇고 한번에 확 미각을 유혹하는, 자기주장이 강한 맛이 아니라 서서히 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맛이다. 그래서 달달한 디저트, 단짠의 맛을 즐기는 한국인 입맛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 같지만 너무 단 건 안 좋아하는 내 입맛에 딱이었다. 은은한 대만 간식이 궁금하다면 한번 맛볼만한 도넛이다.